농성이라는 단어를 윗 문장에서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나요? 그동안 뉴스 따위에서 비추어졌던 해고노동자들은 파편화한 농성 사진과 영상들이 대부분, 무언가를 파괴하고 있고 불을 지르고 있거나 하는 그 모습은 어쩌면 일상에서는 조금 먼 이야기일 겁니다. 하지만 고공에서 어떠한 권리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 밥을 먹지 않으며 텐트 안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일상은 있습니다.
영화 [휴가]는 이제껏 미디어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사람의 감정'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정리해고를 당한 주인공 '재복'(이봉하 배우)은 해고를 당하고 난 뒤 천막에서 1882번째 하루를 지내고 있다. 그런 와중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적으로 패소 결정이 난 뒤, 함께 목소리를 내던 동지들은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다시하며 갈팡질팡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영화는 의외의 선택을 한다. 바로 천막농성자들이 '휴가'를 가지게 된 것이다.
농성도 누군가에게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더 어울리는 '휴가'라는 단어. 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휴가는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하다.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애매하기도 하고, 쉰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 직무를 유기하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 누구도 이 사람들에게 쉼표를 허락할 권리는 없는데 말이다.
오랜만에 온 집은 난장판이었다. 싱크대는 막혀서 물이 아슬하게 찰랑거리고 있었고, 그렇다할 반찬도 냉장고 안에는 당연히 없었다. 하지만 이런 집을 보고 아빠인 '재복'은 '집안 꼴이 이게 뭐냐며' 짜증섞인 말투로 화를 내는 일반적인 이미지의 '남자 해고 노동자'는 아니다. 그냥 조용히 막힌 싱크대를 뚫고, 컵라면을 먹는 딸 앞에서 따뜻한 국을 만들고 정갈하게 반찬을 만들어 흡사 '갓생'(GOD-生 : 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이 합쳐져 남들에게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을 사는 브이로그 주인공 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내가 먹고 살기 힘들더라도, 남이 굶는건 또 못보는 '재복'
자신의 밥줄이 끊겨 농성을 하던 '재복'은 휴가기간에 따뜻한 요리를 했다. 딸아이들에게 고등어도 구워주고, 일주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에도 꼬박꼬박 도시락을 챙겨서 자신을 챙기고,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청년 '준영'(김아석 배우)에게 비엔나 소시지 반찬도 내어주고, 심지어 냉장고도 채워준다. 이런 '재복'의 모습은 타인을 위하여 내미는 공감과 연대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원래 이 영화의 가제는 <밥줄> 이었다고 한다.
특히나 일을 하다가 다친 '준영'에게 '어렸을 때 부터 없었던 부모'대신 어른의 역할을 하며 산업재해의 존재를 알려줬다. 어쩌면 이 일은 긁어부스럼 만든다는 준영의 말 처럼 어떤 나비효과가 불러일으킬지 모르는 위태로운 현실적 노동 환경을 제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이란희 감독은 2009년 단편영화 ‘파마’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섬세하게 담은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그 다음 이란희 감독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특성화고등학교의 현장실습생을 통해 본 청소년 노동자 이야기이다. 인천 서부산단과 남동산단에서 로케이션을 하며 촬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제목은 바로 <3학년 2학기>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현실
그리고 음악 꽤나 하는 사람들이라면 알텐데 콜트콜텍은 수입 브랜드 기타의 홍수 속에 굳건히 자리잡은 '콜트'라는 국산 기타 회사이다. 극영화 <휴가>의 모티브가 된 콜트콜텍 부당해고를 현실적인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낸 영화 <재춘언니>를 통해 더 현실적인 부분을 알 수 있을 것이니 추천!
커튼콜 영화제 movie_curtaincall@naver.com 울산광역시 중구 중앙길 79, 4층 수신거부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