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북스는 ‘우리가 쓴 이야기는 우리가 영화로 만든다’는 마음을 가지고 팀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독립출판사인데요. 최근 글쓰기 커뮤니티 '아늑한 세계'의 4명의 친구들 (영영, 일미, 귤선생, 세루코)와 함께 쓴 글들이 텀블벅 펀딩에 성공하여 출간되기도 하였고 팟캐스트를 통해 사부작사부작- 이야기도 하고 있답니다!
그렇게 고라니북스에 대해 알게 된지 바로 꼬박 1년 뒤! 올해 2월에 그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장편영화 [더 납작 엎드릴게요]를 커튼콜 상영과 함께 김은영 감독님과 관객과의 만남까지 기획을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으쓱)
책에 대한 내용과 영화의 줄거리는 비슷합니다. 불교출판사에 취직하여 일을 하게 된 사회 초년생의 하루하루를 담고 있습니다. 아마 조금은 영세한(?) 회사를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박수를 뻑뻑-치면서 공감이 갈 이야기로만 이루어져 있는데요. 영화는 총 5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1시간이 조금 넘는 장편 영화인데요. 처음 기획이 웹드라마로 기획이 되어 5회를 분리해서 편집을 해놓기도 했는데 결국 60분의 영화로 만들어져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김은영 감독님과 원작 책 [더 납작 엎드릴게요] 작가님인 '헤이송'님과는 친한 언니 동생 사이라고 해요. 작가님께서 실제로 불교출판사에서 일을 하면서 있었던 힘든 일들에 공감이 되고, 위로를 하면서 이걸 콘텐츠화 하면 재밌겠다(!)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 기획이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에세이를 먼저 작성을 하고 그 출판물을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출판이 먼저 기획이 되었고, 책을 영상화 하는 과정에서는 아무래도 초반 기획 때 대본 작업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하세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사실 저는 '와 진짜 너무 재밌다!'라고만 느꼈는데, 커튼콜 크루 중 막내인 한 친구는 본인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이렇게 나를 납작하게 만드는 상황에서도 나를 잃지 않길 바랬는데..'라고 읊조리던 것이 이번 상영회의 기획의도가 되었습니다. 곧장 부지런하게 기획의도에 맞게 굿즈를 만들게 되었는데요, 바로 '자문자답 아코디언 북' 입니다. 납작한 줄 알았지만 펼치면 엄청난 사람이길 바라며 영화 속 대사와 함께 커튼콜 크루들이 나를 알 수 있는 질문들을 적어봤어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100이면 100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그 힘은 어디서 오는걸까요? 아마도 '디테일'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감독님은 팀원들과 실제 불교출판사 답사를 가서 직원분들이 하는 일과 책상에는 어떤 것이 있고 창고에는 뭐가 있는지 열심히 살펴보고 영화에 배치되었던 불교 소품, 책 같은 것들은 직원분들께 받아서 활용하셨다고 해요.
영화에서 나오는 불교 잡지 [법향기] 같은 경우는 실제로 발간되는 잡지를 모티브로 했으며 이름은 따로 지었다고 합니다.
촬영 장소는 금강대학교라고 황영PD님께서 발굴하신 장소인데요. 촬영을 하려면 절에 계신 분들을 위해 하루 종일 비어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마침 PD님께서 교수님들만 예불을 드리는 공간이 있다고 하셔서 촬영장소로 정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출판사 내부 공간 같은 경우는 실제 쓰고 있던 고라니북스의 사무실을 비워서 불교출판사로 활용했답니다.
특히 원작책에서는 비중이 별로 없지만 영화에서는 엄청난(!) 역할을 하는 캐릭터인 사진 속 왼쪽에서 두번째 '안과장'(임호준 배우님)은 회사생활에서의 악몽을 더 불러일으키는 캐릭터죠. (꼭 저런 과장님 계셨습니다..(눈물을 훔친다))
너무 현실감 있어서 혹시 모티브가 된 사람이 있냐고 여쭤봤더니, 특정된 사람을 모티브로 하진 않았는데 참~ 비호감이지만 정이 들게끔 표현을 하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감독님은 이 부분을 바로 이 캐릭터의 포인트로 두었다고 해요. 이 영화만큼이나 현실에서도 최악의 악은 없고 악이더라도 인간적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깨알 안과장(사진 중앙)의 코디 디테일👕👖
안과장이 입은 멜빵 옷에 스마일 배지😃가 있어요. 사찰에서 종무소는 사람들을 대하는 곳이기에 많이 웃어야 하고 실제로 불교 출판사를 갔을 때 직원분이 스마일 배지를 하고 계셔서 그런 부분을 모티브로 했다고! 그리고 안과장은 바지랑 멜빵이 극 중 잘 바뀌지 않는데, 기러기 아빠라는 설정이라 최대한 옷을 갈아입지 않는 디테일이 !
기가막힌 캐스팅, 달마와 혜인 그리고 포스터
이렇게 닮았다고요..?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자 명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컨트롤 S..!'
위기와 멘붕에 빠진 혜인을 구해준 달마 선생님의 싱크로율이 엄청난 나머지 캐스팅을 감독님께 물어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달마를 연기하신 분 같은 경우는 대구 국립 극단에 계신 분인데 달마 역할을 말씀드리자마자 하고 싶다고 하셔서 섭외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해요. 역시 로컬의 힘..!
(그리고 저 기가 막힌 달마그림은 황영 PD님께서 직접 그린거라고..!)
진짜 내 친구 아니야..?
주연인 '혜인' 역할의 김연교 배우! 수많은 혜인 배우 리스트 중 캐스팅이 된 김연교 배우님이 첫 미팅에 본인 집으로 오라고 하셨던 기억과 혼자 햄버거를 드시던 특이한 기억이 있다고..
(배우님께 후에 여쭤보니 그래도 될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씀하셨다고 해요..!)
영화속에서 '혜인'은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는데요. 바쁜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본인의 꿈과 점점 멀어지는 캐릭터입니다. 그와중 마음을 다 잡고 카페에 가서 글을 한장이라고 써보려했으나, 잠에 들고 말아 볼펜을 떨어뜨리는 씬은 정말 안쓰럽기도, 공감되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는 혜인이 볼펜을 2번을 떨어트리는데요. 작가에 대한 꿈을 가진 주인공을 볼펜에 비유했고 볼펜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의미는 회사 생활을 하며 자꾸만 떨어트리게 되는 꿈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는 감독님의 해석이 있었어요.
깨알 정보: 김연교 배우님은 '소화'라는 필명으로 에세이집 제목 <조각난 마음이 나는 싫으니 내가 마음을 준다면 고스란히 다 주리>를 발간한 작가로도 활동 중이시고 '소화모음집'이라는 글 메일링 서비스도 하고 있으시다고 합니다! (분기마다 신청을 받으셔서 지금은 마감!)
글과 관련된 활동을 꽤 많이 하시는 부분에서 눈치 채셨을 수도 있는데요. 앞서 언급한 글쓰기 커뮤니티 아늑한 세계의 멤버 '세루코'님의 정체이기도 합니다
고퀄리티 포스터...! 귀해..!
관객분들중에서 포스터가 영화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는 후기가 있었답니다.
이 포스터, 과연 어떻게 작업이 된 걸까요?
포스터는 대구에 계신 타바코 일러스트 작가님과 작업을 했다고 하셔요. 작가님은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도 나가시는 인기 있는 작가님이신데,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를 보시면 아마 작가님의 세계를 더 잘 느끼실 수 있으실겁니다!
영화 [더 납작 엎드릴게요]의 포스터를 자세히 보시면 디테일을 발견하실 수 있는데요. 아마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고 계실 '슬리퍼 에피소드'에 나온 씬을 일러스트 작업을 하셨는데, 맨발과 함께 대리님의 슬리퍼가 보이시나요? 후후
안타깝게도 작가님과 협의를 하고 포스터는 판매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실물 포스터를 봤는데 종이의 질감도 너무나 퀄리티가 여타 다른 포스터와는 달라서 조금 놀랐습니다..! 공을 많이 들이셨더군요..!)
영화 [더 납작 엎드릴게요]를 통해 감독님은 특별히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없었다고 하셨어요. 이 영화는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이런 일상을 보내고 있어 그래도 계속 살아가자, 나아가자’ 와 같은 편안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고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에너지를 채우고 갔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셨다고..!
사실 영화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엔딩에서는 관객 또한 조금 울적할 수도 있었는데요. 촬영할 때 혜인역의 연교 배우님 또한앞 내용들을 직접 연기하시면서 몸으로 겪으셨기 때문에 많이 다운되셨다고 해요. 엔딩에 대해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했는데 우리 영화가 너무 슬프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 이야기가 우울하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이렇게 감독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와 같이 에너지가 채워지는 경험을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도 하게 된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