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실레터의 독자분들께서도 이번 호를 읽으시면서 영화 [윤희에게]를 포근히, 그리고 충만하게 느끼시게 될 겁니다.
출처 : hello, sunset | 사랑할 수 있는 용기 | 윤희에게 OST playlist
보내지 못한 편지
관객분들에게는 부치지 못하거나 건네지 못한 편지가 있으신가요? 영화 [윤희에게]는 전하지 못한 '어떤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영화입니다. 나의 마음이 어떠한지, 너의 마음이 어떠한지 알 길이 없어 평생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에 있었던 두 사람, '윤희'와 '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살고 있는, 혹은 버티고 있는 자리에서 조금의 용기를 내보고 응원도 받아보며 충만한 행복을 향해가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어요.
많은 눈이 내리는 일본 오타루에 살고 있는 쥰의 고모가 한숨처럼 내뱉은 '눈이 언제쯤 그치려나'라는 대사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실제로 임대형 감독님이 오타루의 카페에서 봤던 인상적인 장면에서 영화의 '막막함'이라는 정서를 가져와 시작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쥰'에게는 그래서 매년 겨울이 유독 그리움으로 가득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고모는 발이 푹푹 담길 만큼 온 눈을 '주문 같은 거다'라는 대사로 이내 긍정적인 정서로 바꾸는데요, 아마도 대신 '쥰'의 편지를 대신 부쳐주며 어떤 변화를 주는 인물일 수밖에 없었을지 모릅니다.
자신도 모르게 변하고 있는 평행선
윤희와 쥰은 데칼코마니 같은 줄 알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둘의 상황은 벌어져 평행선이 되어갔습니다. 둘의 마음을 확인하고 나서 윤희는 엄마에게 솔직하게 내비치고 집안을 들썩거리게 만들었지만, 쥰은 일본으로 떠나가죠. 그 와중 윤희는 가족으로부터 정신병원에 가둬졌지만 쥰의 고모는 쥰의 입장을 이해를 해주는 편이었죠. 그렇기에 쥰은 일본에 가서도 몇 번의 편지를 썼다 지웠다 할 수 있게 된 사람이 되었던 반면에 윤희는 그러지 못하였고, 재회 당시에도 쥰은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포지션을 취하는데 반해 윤희는 지나가다가 만나는 장면을 연출했을지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윤희는 자신을 둘러싼 이 모든 상황을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다며 자신을 벗어나는 방법을 몰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결혼생활에서 태어난 딸 '새봄'이 아이러니하게도 이 벌어진 평행선을 좁히게 합니다. '새봄'의 이름과 같이 너무나도 긴 겨울을 보낸 사람들이 이 인물을 통해 진정한 봄을 느끼게 해주게 되는듯합니다.
"난 아름다운 것만 찍어"
언어로 비유와 은유하며 표현할 수 있는 편지를 대표하는 것이 '쥰'이라면 순간을 박제해야 하는 즉각성과 투영성을 가지고 있는 사진을 찍는 인물이 바로 '새봄'인데요. 새봄은 '난 아름다운 것만 찍어'라고 말을 하면서 구석구석 영화에서는 '엄마의 옛날 사진', '쥰의 사진', 다시 '윤희의 증명사진'이 나옵니다. 사실 오타루에 가기 전 새봄은 '버려진 장갑'은 찍었지만 엄마를 찍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보내며 엄마도 피고 있는 담배가 어쩌면 한숨 같아 보이기도 하고, 아빠 말을 빌리자면 '너네 엄마는 뭐랄까.. 같이 있는 사람을 외롭게'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엄마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면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이야기도 들으며 새로운 모습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엄마가 새봄 눈에는 아름다워 보였을지 모릅니다. '아름답다'의 어원은 바로 나를 뜻하는 아(我)'로 '나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인데 있는데요. 외삼촌을 눈을 속이기 위해, 남편의 마음을 모른체하기 위해, 새봄이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마주하지 않았던 윤희가 진정한 자신을 마주한 모습이 아름다워 보여 새봄은 그 하얗게 눈부신 눈밭에서 엄마를 처음으로 찍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답장을 쓰는 이, 윤희
"너에게 쓰는 편지는 항상 새로 시작하는 거 같아"
보내지 못할 편지, 사람인지라 마음이 힘들었을 때 한숨처럼 써 내려간 몇 번의 편지가 윤희에게도 있었나 봅니다. 계속해서 쓰고 퇴고했던 수많았던 편지를 이제 답장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관객은 그제야 윤희의 과거에 대해서 들을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얼마나 그 시절이 윤희에게 충만한 행복을 선사했는지도요.
윤희는 자신을 마주 보고 난 뒤 이제 웃음을 머금고 증명사진도 찍게 되고,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한 발자국씩 나가게 됩니다. 진정으로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죠.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 [윤희에게]에 대해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커튼콜 식구들과 커뮤니티를 했던 내용들을 토대에서 조금 더 사심(!)을 담아 글을 엮어 이번 뉴스레터를 꾸려보았어요. 여러분들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가 무엇을 피하고 있는지 이번 겨울이 가기 전 마주하여 윤희처럼 충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으시길 소망합니다!
오늘 소개된 영화 [윤희에게]는 왼쪽에 소개된 OTT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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