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석사 중 장률 감독님 수업의 과제 중 '공간과 영화'라는 주제로 어떤 특정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계기에서 시작된 영화
연기를 그만두고 태국으로 떠나려고 했던 이승훈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주고 (심지어 송별회도 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같이 하자며 '남편'역에 캐스팅을 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벼랑끝에 서있었고, 절망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점이 극 중 '남편'역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이어질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셨다고.
박서은 배우는 이승훈 배우의 추천으로 만나봤는데 대화를 하면서 타인의 말에 반응하는 방식이 매력적으로 느껴서 캐스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임정은 PD까지 합심하여 4명이 합심하여 2019년부터 촬영하여 2022년이 되서야 세상밖으로 나오게 된 영화 [희망의 요소]!
흑백과 4:3 화면비, 움직이지 않는 샷이 주는 강렬함과 우직함
흑백으로 영화를 만든 이유는 두 가지다. 혼자서 모든걸 하다보니 (크레딧을 보면 대부분의 포지션에 이원영 감독님의 이름이 있다) 내가 색보정까지 할 여력이 없었고, 영화적인 고민과 닿아있는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가장 단순한 샷들을 쌓아올려서 형상화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장 단순한 색감인 흑백을 선택한 것.
다시 돌아가도 나는 흑백으로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단언하셨다.
앞서 말한 가장 단순한 샷들을 쌓아올려서 형상화하고 싶었던 욕심은 움직이지 않는 화면샷에서도 알 수 있는데, 대부분의 캠이 고정으로 이루어져 있어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 또한 단순함을 가진 파편들을 모아모아 큰 형상을 만들고자 했던 이유.
이 영화는 '어떤 사건'을 기점으로 스토리라인이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4:3의 화면비를 가지고 있고 2부부터는 16:9의 넓은 화면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이런 큰 변화가 관객에게 주는 의미는 또 무엇일까?
아마도 남편의 세상이 넓어졌다는 것이 아닐까.
세상이 넓어진다는 것, 나를 구성하는 것이 달라진다는 것
'남편'은 영화에서 청소하는 씬이 꽤 많이 나온다. 심지어 아내의 외도를 보고 난 다음날에도 빨래며 바닥청소며 그렇게 뽀득뽀득 잘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참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아무런 해설도 없이 친절하지 않았던 이 영화에서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남편이 청소하는 씬이 몇번이고 나오고, 어떻게 보면 똑같은 장면이지만 그에게 일어난 ‘어떤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배치를 하고 나면 감정이 더 느껴지기도 한다”는 감독님의 말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찾아 헤맸던 희망의 요소는 나의 현재 상태나, 마음의 여유에 따라서 같은 행동이라도 생기기도 없어지기도 포기하기도 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신체와 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감독님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셨는데, 내가 아무리 힘들더라도 두 발을 딛어 걸어나갈 수 있고, 손 하나 까딱 할 수 있는 것을 우리는 이따금씩 잊고 살아가는데 그것에도 의지가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하셨다.
또한 내 신체 주변을 구성하는 것이 지금의 나를 정의 내리기도 하는데, 매일매일 만지는 거라고는 조리도구나 음식뿐이었던 남편이 집 밖으로 뛰쳐나가고 수 없이 만진건 폐자재와 목자재, 그리고 신는 신발 또한 가벼운 신발에서 워커로 변화함을 보며 '아 이 사람 전과는 다른 사람이다. 흡사 새로 태어났다' 싶었다.
"갑자기?" 라는 말이 나오는 영화
아내의 외도를 보고 도망치듯이 나가고 자그마치 '1년 후' 라는 세글자만을 덜렁 던져버리고는 허리가 댕강 잘리듯이 분절된 이 영화. 아무런 설명도 없었던 이 의도는 뭘까?
이 부부가 어떻게 갑자기 마음이 다 녹아서 노래방에서 '별이 진다네'를 보다가 키스를 하고, 아침에 겸상이 가능한가(나는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희망도 절망도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개연성을 가지고 나타나지는 않는거 같다”는 감독님의 말 한마디가 내가 영화 [희망의 요소]를 보면서 던진 "갑자기?"라는 질문의 대답이 되었다.
다음 상영회 일정
✔ 프로그램 구성 1. 눈을 뜨고, 영화 [눈을 감고 크게 숨 쉬어] 관람 2. 눈을 감고, 길기판&운율의 음악 듣기 3. 크게 숨쉬고, 책 [더 납작 엎드릴게요] 같이 읽기
✔ 언제 : 2월 24일 (금) 오후 8시-9시 30분 (입장 가능 시간 : 오후 7시 30분 부터!)
✔ 어디서 : 삼호실 커튼콜 (주소 : 울산광역시 남구 삼호로 61, 3층)
✔ 소규모 상영을 위한 관람비 안내 : 책 포함 16,000원 / 책 미포함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