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인 서울 | Homeless in Seoul, 2020 | 감독 이민형 | 출연 주종혁 | RT 32분
집을 산다는 buy 인가요 live 인가요?
영화의 첫 장면은 인물 민구가 촬영 업무를 하러가서 뜬금없이 노래를 틀고 춤을 추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는 이창동 감독 <박하사탕>, 봉준호 감독 <마더> 과 비슷하게, 인물의 몸짓으로 서서히 번지는 파동은 앞으로 인물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어떤 사건을 불러일으키게 해줄지 기대하게 만드는 장치 역할을 한다.
특히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불모지>, <터>와 다르게 ‘요즘’이라고 말하기엔 꽤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온 서민들의 주거 생계 문제를 서사의 중심 사건으로 다뤘다. 주인공 민구는 퇴근을 하고 돌아갈 고정된 집이 없이 사람들에게 소개한 매물들 중 제일 나은 집들을 옮겨다니며 밤을 보낸다. 민구의 생계수단인 매물 사진을 찍는 아르바이트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주거를 구하고 생활을 영위하기에는 월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민구는 회사에서 정직원이 되기 위해 큰맘 먹고 싸게 나왔다는 집을 구하게 되는데 과연 민구는 정직원으로 취업할 수 있을까?
자칫하면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을 인물들의 발랄함과 영화 특유의 전개 방식으로 잘 엮어서 영화 전반적으로 알록달록한 포장지같다는 기분이 들게 된다.
주거문제는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다. 개인이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이 문제를 <홈리스 인 서울>를 보며 인물 민구가 어떤 방식과 마음으로 대처했는지, 그래서 우리가 고민해야할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터 | Nobody's Land, 2021 | 감독 조현서 | 출연 변중희 | RT 28분
죽은이를 위한 집
<홈리스 인 서울>의 인물 민구처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죽은 후에는 마음 편히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 과연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인간은 죽으면 누구나 한줌의 흙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하지만 우리가
돌아가는 그 흙에도 아파트의 전세, 매매 가격처럼 층 수 마다 가격이 다른 것이 현실이다.
영화 <터>의 주인공 귀순도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을 묻어주기 위해 묫자리를 알아보러 가지만 좋은 자리일수록 비싼 가격과 관리 비용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귀순이 아들을 위해 찾아다니는 묫자리는 죽은 이를 위한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산 사람들이 지내는 '집'처럼 죽은 이가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마련하는 곳이다.
하지만 산 사람들이 어느 동네에 사니, 어느 아파트에 사니 따위의 등급들이 죽어서도 꼬리표를
달게 된다는 사실이 씁쓸함을 가져다 준다.
돈 많은 의뢰인은 죽은 아들에게 “이런 땅 하나”밖엔 해줄 수 없다고 하지만, 묘순에겐 “이런 땅 하나”도 해줄 능력이 없다. 과연 귀순은 아들을 위해 가해자의 좋은 묫자리를 뺏었을까, 뺏지 못했을까?
불모지 | Wasteland, 2021 | 감독 이탁 | 출연 오민애, 김재화 | RT 34분
이 땅이 누구땅인데
<불모지> 영화 속에서도 돌아갈 곳이 없는 인물이 나온다. 바로 화천댁의 남편이다. 화천댁의 남편은 동네 재개발 사업을 따기 위해 발벗고 나서지만, 서암댁 남편의 훼방으로 사업을 따기는 커녕 빚에 시달리게 되고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화천댁은 죽은 남편의 시신을 서암댁의 텃밭에 묻어달라 부탁하게 된다. 서암댁은 처음에 거절의 뜻을 밝히지만, 함께 밭일을 하는 아낙 중 한 명이 흙 속에서 나온 지렁이를 보며 화천댁이 해준 말이라며 입을 연다. "여기는 야들 건데 잘 묻어주기라도 해야지." 그 말을 들은 서암댁은 화천댁을 찾아 동네를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서암댁의 눈에는 본래 재개발 사업을 하려다 자신의 남편에게 사업이 빼앗긴 화천댁의 남편이 지렁이에 빗대어 보여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마음을 바꾸었을 수도 있다. 또는 그 누구보다 자연을 아끼고 자연의 섭리를 내포한 화천댁의 말을 듣고 서암댁은 땅 하나 때문에 서로 욕심에 눈이 멀어 다투기 시작한 인간의 모습에 무언가를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화천댁과 서암댁은 텃밭에 죽은 화천댁의 남편을 묻어주기 위해 땅을 파기 시작하는데 두 사람은 과연 죽은 남편의 시신을 완벽하게 묻을 수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죽어서 흙으로 돌아간다, 라는 말은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로 죽어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내포하기도 한다. 이 영화 속 남자들은 마치 땅이 자신들의 소유물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자연의 주인이 과연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인간 역시 거대한 자연 속의 생물일 뿐 우리는 자연이 마치 우리의 소유물인 것처럼 행동할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자연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들을 품어주고 돌아갈 수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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